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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교수칼럼, 중년의 온도

기사승인 2020.01.17  15: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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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교수의 중년의 온도

⑥ 고혈압 약 먹어야 할까?

경기대학교 김대유 교수 칼럼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김대유 교수] 내 삶의 유년기는 8할이 조부모였다. 할머니는 엄마보다 우선하는 엄마였고 할아버지는 아버지보다 우선하는 아버지였다. 아래로 3명의 남동생이 있었지만 할머니는 장남인 나를 날마다 품에 안고 재웠다.

할머니의 마지막 삶은 나를 위해 존재했다. 입이 짧아서 편식을 하고 몸이 약해서 다 죽어가는 맏손자를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먹이고 입히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76세에 위암으로 돌아가시기까지 내 모든 유년의 삶은 온통 할머니였다.

내 아버지도 할머니처럼 70세에 위암 수술을 받았고, 늘 안좋은 것은 아버지를 닮아서 내 위도 여전히 빛깔이 좋지 않아 의사들의 핀잔을 사기 일쑤다.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나와 겸상을 했다.

동이 트기 무섭게 사랑방으로 건너가 중풍을 앓는 할아버지에게 옷을 입히고 댓님을 쳐드리고 함께 부축하여 뒷동산을 산책했다. 동산 언덕에 앉아서 함께 먼 들판의 동쪽 끝으로부터 솟아오르는 붉은 아침 해를 바라보았고, 가을이면 종산을 지키는 산지기 가족의 집을 방문해서 가을 햇살을 가득히 안고 귀가했다.

할아버지는 10년을 중풍으로 앓다가 75세에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 고혈압의 부작용이라고 했다. 나도 고혈압을 대물림 받은 환자다.

고혈압은 결국 터지든지 막히든지 둘 중 하나의 증세로 귀결된다. 용솟음치는 피가 뇌혈관을 터트려서 급사를 하거나 막혀서 뇌경색을 불러일으킨다.

예고 없이 갑자기 죽거나 오래 중풍을 앓는 일은 본인에게나 가족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 뇌졸중이나 뇌경색의 원인으로 알려진 고혈압은 고지혈증과 당뇨, 중성지방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그냥 그런 증세를 동반하지 않고 혈압만 높은 본태성 고혈압 환자도 너무나 많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혈압은 혈액이 혈관벽에 가하는 힘을 가리킨다. 혈압은 수축기혈압과 확장기혈압으로 나뉘며, 정상 혈관은 수축 및 이완하는 유연성이 있어서 압력을 유지한다.

고혈압은 흔히 최고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최저혈압이 90㎜Hg 이상인 상태를 말하지만 국가나 의사에 따라 그 수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고혈압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대략 고혈압은 원인질환이 있는 2차성 성인병과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본태성으로 분류한다. 2차성 고혈압의 원인은 신장질병이나 세동맥경화증 등에 의해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으로서 원인을 치료하면 완치 혹은 완화될 수 있다.

고혈압 환자 중 본태성 고혈압은 90% 정도를 차지한다. 가족력이나 비만, 염분 과다섭취, 흡연, 과도한 음주 등을 원인으로 꼽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다. 가벼운 경증 고혈압은 식이요법이나 금연, 운동요법을 적용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혈압수치가 170을 넘는 악성 고혈압은 원인에 상관없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태이다.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바로 고혈압 약을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이다. 유튜브를 들어가 보면 이에 대한 갈등과 찬반양론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혈압이 160, 170을 넘나드는 중증인 경우 갈등은 더 심해진다. 약은 단위가 약한 비스포지로부터 시작해서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푸로세미드, 암로디핀, 니페디핀, 베라파밀 등 종류도 천차만별이지만 성분 자체는 모두 비슷하다. 약효는 이뇨, 교감신경 차단, 칼슘채널 차단, 혈관 수축작용 물질 생성 억제 등 ‘억제효과’를 자아내는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마디로 분출하고 터지려는 혈관을 맷돌로 콱 눌러놓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맷돌 그게 고혈압 약이다.

문제는 맷돌효과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면서 발생한다. “고혈압 약은 치료제가 아니고 억제제이기 때문에 먹어봤자 어차피 치료가 안된다”. 그러니 아예 먹지 말자는 의견이 있고(한번 먹으면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는 주장), 복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은 “고혈압 약은 치료제다. 안 먹으면 위험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의견은 모두 공통의 모순을 갖고 있다. ‘치료’의 모순이다. ‘복용하자’는 입장이라면 약이 치료제가 아니나 억제제이므로 약을 복용하면서 혈압을 낮추고 그 사이에 환자 스스로 치료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투명하게 말하면 된다.

‘복용하지 말자’는 입장이라면 고위험군의 환자는 약이 아니면 당장 억제할 방법이 없으니 우선 약을 복용하면서(죽을 때까지 먹을 수도 있고, 완화가 되면 복용을 멈추거나 쉴 수도 있다) 서서히 근본적으로 자가치료를 유도하여 완치에 이르게 하자는 긍정적인 해법을 역시 ‘투명하게’ 제시해야 할 일이다.

역시 결론은 간단하다. 혈압수치가 너무 높아서 의사가 약 처방을 내릴 경우는 복용을 해야 한다. 약을 복용하면서 자가치료를 병행하고 혈압수치가 다시 일정기간 정상을 유지하면 의사와 상의하여 약을 줄이거나 끊는 방법이 가장 현명하다. 고혈압 약은 감기약처럼 치료제가 아니라 억제제다. 약 복용의 찬반 양론이 이 팩트만 인정하면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수 있다.

그간의 논란은 고혈압 약을 무조건 치료제라고 단정하면서 복용만이 유일한 치료라고 주장해 온 일부 의사들의 억지주장이 문제였고, 한편 고혈압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복용해야만 한다고 주장을 해 온 또 다른 일부 의사들의 억지주장이 문제였다. 그래서 나도 약을 먹기 시작했고 동시에 자가치료를 시작했다. 고혈압 약은 만병통치가 아니라 약일 뿐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대유 dae5837@hanmail.net

<저작권자 © 세종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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