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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교수의 중년의 온도〕 몸① (치루)

기사승인 2019.11.21  12: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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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교수의 중년의 온도〕

몸① (치루)

경기대학교 김대유 교수(교육학 박사)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김대유 교수] 영월의 백미 동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상옥리 섭새 강변길을 따라 두 어 시간 가면 동강 폭 65Km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어라연(魚羅淵)을 만난다.

물고기가 그물처럼 많은 연못이란 뜻의 어라연 일대는 급류가 U자로 꺾이면서 잦아들고, 그 품새로 기암괴석과 소나무 숲이 잦아든다. 그 아름다운 어라연이 동감댐 추진으로 수몰의 위기를 겪다가 김대중 대통령 때 국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겨우 수몰을 면했다.

어라연을 지나 물살을 타고 내려가면 옛날 떼꾼들의 애환이 담긴 '전산옥 주막 터'와 맞닥트리고, 물살이 거친 황새여울을 지나고 나면 매끈한 절벽과 신령스런 바위들을 마주 대하게 된다. 이곳이 예전 동강댐 예정지였다. 만약 댐이 만들어졌다면 높이 98미터, 저수용량 7억 톤의 거대한 댐은 영월과 평창 일부와 정선을 수몰시키는 엄청난 규모였다.

영월 동강댐이 백지화된 이유는 비단 수려한 자연환경 때문만은 아니었다. 댐의 거대한 물줄기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반의 특성이 변수였다. 바로 동굴 때문이다. 영월에서 제천에 이르는 물길과 산길에는 석회석 동굴이 산재해있고, 갇힌 물이 동굴로 스며들면 지반 침하는 물론이고 어디로 물이 새는지 알 길이 없다. 강물 바닥에 퍼진 동굴을 따라 생성된 지하의 또 다른 거대한 동굴호수를 만나는 일은 댐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 동굴 얘기다. 동강댐에 비유할 수는 없지만 우리 몸에는 수없이 많은 동굴이 퍼져있다. 몸은 몸(BODY)가 아니고 몸(MOM)이라고 도올 김용옥은 강변했다. 그는 사람의 몸이 등심과 안심, 삼겹살과 팔다리 살로 단순 분류되는 것을 못견뎌했다.

몸의 수모를 참아내지 못한 김용옥은 50세가 넘어 한의학과에 입학하여 한의사가 되었다. 양의학에서 몸은 BODY이고 한의학에서 몸은 MOM인 것이다. 동서 의학의 갈등과 엇갈린 시선은 몸의 동굴에 이르면 마침내 폭발하고야 만다. 양의는 동굴에 병이 들면 동굴 자체를 들어내거나 틀어막는 것을 치료로 여기고, 한의학에서는 죽어버린 동굴 전체의 기능을 천천히 회복시키는 것을 치유의 길로 여긴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한 7가지 원칙.(사진출처:YBM보건교과서)

몸에는 숱한 동굴이 있다. 간의 동굴에 물이 차면 간염이 되고, 이빨의 동굴인 치강(齒腔)에 상처가 나면 끔찍한 치통이 발생하며, 무릅 슬관절의 굽어진 여울에 물이 차면 슬관절 낭종이 되고, 항문샘이 상하면 치루가 된다. 지방샘으로 가득한 피하지방의 동굴이 막히면 양성종양이 생긴다. 다리가 골절되면 가장 먼저 발목에서 발바닥으로 퍼져있는 정맥의 동굴이 죽은 피로 가득 차오른다.

우리나라 중년남자들이 많이 겪는 병에 치질과 치루가 있다. 스트레스가 높고 소주를 폭음하며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앓는 사람이 주로 걸리는 치루(痔漏)는 항문샘으로 변이 침투하여 염증이 생기는 것인데 항문학회에서는 치루가 재발하지 않으려면오직 수술밖에는 다른 치료방법이 없다고 단정한다.

항문샘이 부어오르고 출혈이 생기면 의사들은 거의 대부분 그 상처가 아무리 경미해도 고등어 배따서 내장을 훓어 들어내듯이 항문샘을 걷어낸다. 치료란 오직 수술로 항문샘을 없애는 것일 뿐이다. 

항문샘이 사라지면 당연히 윤활유가 나오지 않아 항문기능이 저하되고, 그나마 양쪽에 하나씩 갖고 있던 항문 중 나머지 하나가 또 치루에 걸려서 발라내면 그 때부터의 남은 삶은 비루해진다.

초기단계의 치루면 수술없이도 출혈을 멎게하고 항생제를 투입하면 가라앉지만 그렇게 치료해주는 의사는 드물다. 증상이 좀 심해도 술을 절제하고 상처를 가라앉게 한 후 헬스용 자전거를 몇 개월 꾸준히 타면 항문근육이 튼튼해져서 치루를 극복할 수 있다.

중년의 삶에서 항문 건강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 폭음과 과로로 치루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약 걸리게 되면 초기에 수술을 선택하기보다는 헬스용 자전거 타기와 운동으로 치료에 접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적어도 무조건 의사의 수술칼에 의존하기 전에 평생 자신에게 헌신한 항문에게 물어보고 자력갱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떨까? 항문샘은 항문 양 볼에 실뿌리처럼 퍼져있고 동강의 동굴 지하수처럼 번져있어서 항문샘을 들어낸다고 해서 재발하지 않고 완치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물론 내 의견은 의사들의 진단과 다를 수 있다. 때문에 글 쓴 이의 개인적 견해로 이해 해주기 바란다.

칼럼니스트 김대유 교수 dae5837@hanmail.net

<저작권자 © 세종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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