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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교수의 중년의 온도〕 몸② 치강(齒腔)

기사승인 2019.11.27  18: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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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교수의 중년의 온도〕

몸② 치강(齒腔)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김대유 교수] 얼마전 난 치강(齒腔)을 잃었다. 지인의 소개로 찾은 최치과 최원장이 점심식사에 걸친 반주(飯酒) 탓인지 내 오른쪽 윗어금니의 치강을 덧 건드려 터지게 했다. 그 즉시 병원을 옮겨야 했는데 우유부단한 나는 이빨을 그만 그놈에게 인질로 붙잡히도록 방치했다. 약간의 충치가 있어서 때우기만 하면 될 윗어금니를 금으로 씌우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신경치료가 그냥 신경치료가 아니라 이빨 안의 신경 전체를 말살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신경을 긁어내며 그 놈은 감탄했다. “선생님, 이빨신경(齒腔, 腔 : 빈 고기, 강)이 복숭아 빛으로 이십대 젊은이 같습니다”. “저는요. 신경을 다른 의사들처럼 남기지 않고 잇몸 속까지 뿌리 채 긁어냅니다. 절대 통증의 재발이 없습니다.” 그렇게 칭송하던 그놈이 갑자기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자기가 미안하니 그 대신 오른쪽 윗니 끝에 있는 사랑니를 공짜로 뽑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속으로 의구심이 일었지만 서울대 치의대를 졸업한 자신의 실력을 믿어달라는 간절함에 속아서 눈 딱 감고 허락했다. 그래 서비스라잖아. 미끈한 무다리처럼 잘빠진, 멀쩡한 사랑니가 금새 빠져 나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의사들은 “사랑니를 뽑아야 된다”. “아니다. 뽑지 말아야 한다”는 두 개의 주장으로 갈려져있고, 최근에는 통증이 없는 사랑니는 보존해야 한다가 압도적으로 우세한다고 한다.

며칠 새 두 대의 생이빨을 잃은 나는 정신이 없었고, 그 건강했던 사랑니는 불균형을 이룬 내 볼을 균형 있게 보완하는 등 큰 역할을 했던 것이라는 다른 의사의 설명을 듣고 절망했다. 누구를 탓하랴! 약 2개월을 심하게 우울증을 앓았다.

진정으로 이빨에게 미안했다. 사랑니에게 사과하고 냉동실에 보관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은 꺼내어 바라보고 용서를 구했다. 그 의식도 오래가지 못했다. 별꼴 다 본다며 아내가 사랑니를 내다가 버렸다. 그 때 결심했다. 지금부터 내 몸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몸이 납득하고 동의하고 찬성해야만 치료하는 것이다. 나는 내 몸과 맹약(盟約)했다.

대개 치아를 금으로 씌울 때 의사마다 방법이 다르다. 잇몸 안의 치강 속에 든 신경을 침으로 깊숙이 찔러넣어 모두 긁어내는 의사가 있다. 치료 이후 통증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반면 치강 안의 신경은 그대로 두어 치료 후나 심신이 피곤할 때 약간의 통증을 느끼며 잇몸이 부어오르는 것을 감지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는 방법도 있다. 내 경우 두 개의 씌운 이가 이 두 가지 방법을 각기 적용한 사례다.

치강의 신경을 긁어 낸 윗어금니는 잇몸이 부어올라도 전혀 기미를 느낄 수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잇몸이 퉁퉁 부어오른다. 아마 속에서 치강이 다 썩어 문드러져도 모를 것이다. 여의사가 치료한 아래 어금니는 잇몸 속 치강의 신경을 살려두었다. 많이 피곤하면 약간의 잇몸 통증을 느끼지만 쉬라는 신호로 받아들여 휴식을 취하면 금방 괜찮아진다. 무엇보다 치강이 살아 있어서 시간이 갈수록 튼튼해진다.

중년이 되면 이빨이 하나씩 망가지기 시작한다. 잘 보존되어도 이빨 자체가 닳는다.

생니가 좋은 것은 치강이 있기 때문이다. 딱딱한 이빨 안의 신경은 우리 몸 중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이다. 끓는 용암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고 탄력이 있어서 이빨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한다. 금이빨이나 임플란트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멋진 창조물이다.

조금 아프다고 치과로 달려가지 말라. 휴식과 운동을 하면 치강의 통증도 가라앉는다. 스트레칭을 하고 달리기를 하면 근육이 튼튼해지고 잇몸도 함께 여문다. 부득이 치과에 갈 경우 생니를 보존하자는 자기 뜻을 전달하고 가능한 한 그에 부응하는 의사에게 치강을 맡겨야 한다. 잘 모셔라. 치강님을...

칼럼니스트 김대유 교수 dae5837@hanmail.net

<저작권자 © 세종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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