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찰 제한 3~4개월에 홈페이지 게시뿐·제재 실효성 의문
해외 유상원조 입찰 비리 제재 35년간 10건뿐 각서 쓴 기업은 제재 내역에서 빠졌다
각서 쓰고 제재 내역에서 빠진 사례도 있어… 관리 신빙성도 의문
[세종인뉴스 김근식 기자] 공적개발 유상 원조사업으로 알려진 대외경제협력기금(이하 EDCF)의 반부패 관리 역량이 글로벌 선진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세종시갑·기획재정위원회)이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EDCF 지원사업 35년간 부정·부패행위 제재 건수는 단 10건에 불과했다.
문제 행위 유형별로는 입찰서류 허위기재가 6건으로 가장 많았고 입찰진행 방해, 안전조치미이행, 하도급계약 위반, 계약에 대한 부정행위가 각 1건씩 발생했다.
제재 조치는 대부분 일정 기간 사업참여를 제한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참여 제한 기간은 규정상 최대 3년(현행 2년)까지 가능했지만 대부분 3~6개월에 그쳤다. 그마저도 문제 기업에 각서를 받고 처리한 ‘자발적 참여 제한’이 3건이나 있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자 이후 발생한 5건에 대해서는 제재 사실을 수출입은행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조치가 함께 부과됐다. 게시글은 사업참여 제한 기간 종료와 함께 삭제되어 지금은 볼 수 없다.
한편, 수출입은행이 제출한 제재 내역에 기록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2010년 몽골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참여한 기업이 현지 행정절차 및 공사환경에 대한 준비 미흡과 사업비 부족으로 사업을 중단시키고 계약을 해지한 건이다. 수출입은행은 해당 기업으로부터 ‘1년간 자발적 참여 제한’ 각서만 받고 문제를 일단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당국의 제재 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수원국이 직접 부정행위를 적발해 제재를 가하거나 요구해오는 실정이다.
2014년 인도네시아 카리안댐 건설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입찰 진행을 방해해 현지 당국이 우리 정부에 제재를 요청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5년에는 인도 정부가 우리 기업에 DMRC 발주사업의 입찰자격을 5년간 제한하는 제재를 직접 부과하는 일도 있었다.
홍성국 의원은 “EDCF 업무를 위탁 수행해온 수출입은행이 계약 성사에만 몰두하느라 반부패 관리감독에 취약하다”며 “지난 35년간 부정부패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당국의 감독과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세계은행(WB) 등 다자개발은행(MDB)에서는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기본 제재기간을 3년으로 두고 엄격히 제재를 관리하고 있고 자체 조사인력에도 상당한 인력을 투자하고 있다”며 “최근 국내 민간금융기관의 EDCF 투자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는 수출입은행이 반부패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미래에 경협 강국은커녕 오히려 국격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근식 기자 luckyman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