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인간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수연칼럼] 존재에 대한 예의
[세종=한국인터넷기자클럽]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수연(水然)=나는 삶의 신조나 규칙을 정해놓고 사는 것을 지극히 꺼린다. 그것이 생활의 질서를 가져다주는 대가는 바로 삶의 구속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저 '그 무엇도 이유 없이 해치지 말고 사랑하며 사는 것',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시시각각 변전하는 존재계에 인간이 규칙 같은 것을 정해 보았자 곧 낚아빠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런데도 언제부턴가 나는 모든 관계에 하나의 규칙을 적용하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존재에 대한 예의'이다. 인간관계에서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존중심이 없으면 그 관계는 무의미하다고 본다.
▲ 세종시 도담동 도램마을 경로당을 방문한 도담초 학부모회장단이 노인회장을 포옹하며 서로 격려를 하는 상호존중을 표현하는 포옹(사진=세종인뉴스) |
남녀노소 지위고하 심지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사람이던, 범죄자이던, 살인자이던 관계없이 일단 ‘모든 인간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심’이 없다면 차라리 그 관계가 유지되지 않은 것만 못하다. 관계가 이어져봤자 서로 상처주고 아픔을 주는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로 치수가 맞지 않으며 배척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는 것이 상책이다. 흔히 친근감의 표시로 함부로 말하고 대하는 것도 그 당시는 서로 벽이 무너지고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그 관계는 금방 천박한 관계로 떨어진다.
나아가 ‘존재에 대한 예의가 사라진 사회는 갈등에 부딪치면 곧 막말과 폭력이 난무하는 살벌한 사회’가 되고 만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깊은 영혼의 교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항상 상대방에 대한 존중심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 심지어 무생물에게도 가져야 할 기본자세라고 생각한다.
존재에 대한 예의, 그것은 자신에 대한 예의이자 다른 존재에 대한 엄숙한 배려이다.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선생이 젖은 땅에서 나막신을 벗어든 것처럼 한 인간, 뭇 생명, 뭇 물건에 대해 모시고 삼가는 그 마음을 이 무서운 분노의 시대에 새삼 가슴 깊이 되새기게 된다.(수연)
수연(水然) 칼럼니스트 root895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