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 사랑의 길
▶▶저자소개 :김대유 교수(교육학 박사)
현재 경기대 교육대학원에 이어 서영대에 재직하면서 교육학, 인문학, 보건교육을 강의하고, 한국교육연구소 부소장 및 아카데미 운영에 힘을 쏟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 대통령자문 교육 혁신위원회 위원, 국가 청소년위원회 정책자문위원, UN 아동권리협약 옴부즈퍼슨,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공동대표, 한국여성의전화 평등모임 책임 간사 등을 역임하며 여성‧청소년‧교육 분야의 사회운동에 몸담아왔다. 저서에 《행복한 삶의 온도》, 《동료효과》, 《보건교육의 인문학적 성찰》 등 15권이 있으며, KBS 아침마당에 출연하여 부모들에게 학교폭력예방법을 상담했고, 교육전문지 「교육 플러스」와 「세종인 뉴스」의 칼럼니스트로 다양한 주제의 글쓰기를 전개하고 있다.
▶▶도서 소개
성에도 나이테가 있다.
김대유 교수의 신간 《性, 사랑의 길》은 인문학과 성의 만남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저자는 본문에서 ‘성이 왜 사회적 문제인가’를 필두로 12개의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었다. 김 교수는 “성에도 나이테가 있다”라며 독자들에게 성의 역사와 본질을 정면으로 마주하길 권하고 있다. 그는 “본래, 성은 윤리나 도덕을 반영하지 않는 물리적 영역이지만 언제든 정치와 종교의 희생물이 되었다.”며, 이데올로기에 오염된 성의 겉모습을 걷어내고 속에 가득 찬 사랑의 씨앗을 찾아낼 수 있다면 세상의 길을 평화의 길로 바꿀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대학원에서 직접 성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기본 텍스트로 하여 이 책을 구성했고, 동시에 칼럼니스트로서 민감하고 예민한 주제들을 교육전문지 〈교육 플러스〉와 대중매체 〈세종인 뉴스〉 등에 기고하여 쉽게 풀어낸 내용을 본문에 보탰다. 문장과 갈피마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융합하여 독자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만연된 성의 미학을 뛰어넘어 도전적인 시각으로 성의 사회적 의제를 이끌어내고 있다.
▶성의 비밀은 곧 탄생의 비밀이고 미래에 대한 도전이다.
본문을 읽다 보면 울컥하는 분노와 정의의 감정이 일어나고, 성의 나이테를 따라 타임머신을 타고 가다 보면 중세의 질곡을 깨고 인간중심의 성 의식을 깨우치도록 헌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성을 신으로부터 인간에게 찾아 돌려준 프로이트의 리비도, 페미니즘의 현대문학을 탄생시킨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제2의 성으로 여성의 주체성을 찾아 준 보부아르, 사회과학을 통해 현대의 해방된 성을 구현한 킨제이 교수, 피임법을 개발하여 여성의 신체적 주권을 세워 준 간호사 출신의 마거릿 생어, 여권 신장과 학생의 보건교육을 위해 애쓴 여성단체와 보건교사 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접할 수가 있다.
남녀가 설렘과 회한과 애달픔으로 가득 찬 연애를 멈추지 않는 것은 사랑이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성과 사랑이 만나면 무엇이 될까? 탄생이 된다. 아기는 곧 미래이며 사랑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아기가 태어난다는 낱말은 ‘아기가 엄마의 태(胎)에서 스스로 나온다’는 뜻을 지녔다. 아기가 엄마의 자궁에서 포도당을 독점하여 생기는 임신 증후군을 앓을 때 모체의 본능은 태아를 버리기를 원한다. 아기는 엄마와 싸워 이겨야만 세상에 나올 수 있다. 아기가 스스로 자궁을 빠져나올 때 느끼는 통증은 엄마의 통증에 비해 약 10배에 달한다. 성의 비밀은 곧 탄생의 비밀이고 미래에 대한 도전이다. 저자는 성의 역사와 비밀을 꼼꼼하게 파헤치고 있다.
▶성 가치는 보편성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사실 성의 보편적 가치를 헤아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타인과 맺는 성의 관계에서 자신과 상대방 모두 서로에게 ‘절대적 타자’라는 깨달음을 얻는 일은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신기루처럼 백마 탄 왕자나 아라비아 공주를 사랑의 본질로 투사하는 것이다.
문학과 예술, 대중가요는 예나 지금이나 자아의 욕망을 충족시킬 투사적(投射的) 사랑을 반영하고 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 완벽하게(자기의 뜻대로) 완성되기를 바라는 욕망 즉, 타자인 연인을 자신의 욕망과 동일시하는 착시 현상에 모든 꿈을 싣는다. 허황하지만 인간은 영화 「매트릭스」처럼 그렇게 포장한 투사적 의식을 사랑의 본질로 여기며 살도록 설계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성의 정체성은 고고학과 생물학, 심리학과 종교에 따라 갈라지고 모인다. 정치와 과학, 인권에 역사가 있듯이 인간의 성과 사랑도 뚜렷한 역사적 발자취가 있다. 보편성을 완성하는 과정이 있다는 뜻이다.
▶▶목 차
프롤로그 _성과 사랑을 고민하는 읽기로 각자의 생을 완성하자 4
1장 성은 왜 사회적 문제인가?
불타는 트롯맨, 장밋빛 여자들 18 | 멀티 페르소나 22 | 페미니즘의 서사(敍事) 26 | 제6차 지구 대멸종과 남성 대멸종 32 | 성은 왜 사회적 문제인가? 36
2장 성과 사랑의 탄생
성의 나이테 44 | 성의 탄생, 바람아 불어라 47 | 사랑은 이야기, 끝없는 이야기길 52 | 성은 가장 오래되고 낡은, 가치 있는 빈티지 57 | 헌법 20조 2항,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63
3장 기독교와 이슬람의 성과 사랑
페르시아 왕자와 아라비아 공주 70 | 개나 당나귀나 여자 72 | 여성 차별 위에 세워진 기독교 문명 76 | 『총·균·쇠』를 넘어 성과 사랑으로 79
4장 현대 해방된 사랑
그때가 그리운 건지, 그대가 그리운 건지 84 | 세기의 사건들, 피로 물든 사랑 역사 88 | 전쟁 대신 사랑을, Make Love Not War 90 | 현대 기준으로 본 성적 건강 94
5장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의 역습
내 안의 영웅이 깨어난다 100 | MZ 세대의 인터넷 중독 103 | 인터넷과 제3 세계 108
6장 모순된 미국의 성
모든 길은 미국으로 통한다 112 | 모순된 미국의 욕망 116 | 성조기는 마거릿 생어의 깃발이어야 120
7장 꽃피고 새가 우는 봄날은 어이할까?
아시아의 관능적 사랑 126 | 탄드라와 카마수트라 인도의 사랑 128 | 여자는 하늘의 절반, 공산주의 사랑 130 | 섹스 리스의 나라 일본의 성(性) 133 | 이별의 정한(情恨), 모순된 한국의 사랑 135
8장 대중매체 그리고 데이트 폭력
첫 번째 대중매체, 천지 창조! 142 | 기독교의 뒷담화, 사이비 종교 146 |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148 | 클레어법, 폭주하는 인터넷 성범죄 149 | 데이트 폭력, 사랑하니 때린다 151 | 봄날은 깊어가고 사랑도 부질없다 154
9장 식민주의의 잔재 성매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158 | 성매매는 직업인가? 160 | 식민주의 잔재 성매매 163 | 한국의 성매매 범죄 168 | 05 성매매에도 햇볕정책이 필요하다 170
10장 들판에 피는 꽃, 성교육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174 | 사랑 교육의 등가 가치, 성교육 178 | 학생과 교사의 눈물, 스쿨 미투 180 | 성 교육자 자격 192 | 성 교육자 요건 194 | 성교육 학습 전략 194 | 성 교육자 교육기술 195
11장 섹스와 결혼 그리고 이별
독일의 누드 사우나처럼 200 | 섹스 장애와 변태성욕 203 | 섹스에 관한 오해와 이해 206 | 연애와 결혼의 판타지 209 | 이별에 관하여 215 | 졸혼의 시대 223 | 노년의 성 227
12장 사랑은 눈물의 씨앗
사랑은 눈물의 씨앗 236 | 길, Road·Way·Path 239
에필로그 _책을 싫어하는 대중은 없다 244
▶▶본문 중에서
※“성이 종교와 이데올로기에 갇히게 되면 문제는 더욱 어렵게 된다.”
성과 사랑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교와 독재, 왕과 국가의 이데올로기, 1등 인류 남성들의 가부장제에 갇혀서 공론화 자체가 불가능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히틀러와 스탈린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반대파를 무조건 동성애자로 몰아붙여 수만 명을 처형했다.
한국의 극우 꼴통 종교인들이 상대방을 공격할 때 무조건 빨갱이 타령을 하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 그 결과 2등 시민 여성은 더욱 억압받았으며 반대급부로 현대에 이르러 남성의 성은 식물화되어간다.
그래서 문제의 인식을 넓히고 개선하기 위해 성은 사회적 문제이고 ‘사회적 문제여야’ 하는 것이다.
인류는 성을 종교와 국가로부터 해방하여 사회의 공론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수천 년을 기다렸다. 버지니아 울프, 시몬느 드 보부아르, 프로이트와 마거릿 생어, 킨제이 교수가 일생을 바쳐서 성을 사회적 문제로 가져왔다.
성이 사회문제일 때만 과학과 생물학, 공교육과 연계될 수 있다. 성이 사회적 문제로 공인을 받아야만 공교육에서 성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고, 그래야만 남녀의 성이 합리적이고 건강하게 교류할 수 있다. -p48. 1장 성은 왜 사회적 문제인가? 중에서
※사랑하고 이별하는 뇌 작용은 서로 다르지 않다. 사랑도 이별도 뇌는 자신의 주인을 애틋하게 격려하고 응원한다. 한편이다. 만남과 이별에서 뇌 작용은 언제나 살길을 찾고 이별 후, 새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뇌과학은 ‘첫눈에 반한 운명의 사랑’이라는 신화를 깨트렸다.
운명적 사랑은 사랑의 감정이 만들어 낸 환상이며, 문학과 예술은 예나 지금이나 운명적 사랑을 반영하여 노래한다. 뭐 그렇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니까.
동서양을 떠나 인간은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평생을 헤매는 신화를 갖고 있다. 소울메이트 증후군은 시공을 건너 운명의 짝이 별빛처럼 찾아오는 백마 탄 왕자를 등장시켰다. 진실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다는 조선의 천년 여우 전설, 한국 연애 시리즈의 단골 메뉴로 자주 나타나는, 가난한 여인이 재벌 2세 남자 연인을 만나 개천에서 용이 되는 드라마 역시 소울메이트 환상이다. -P50. 2장 성과 사랑의 탄생, 중에서
※그러한 악행은 중세에 들어서 더욱 심화하였다. 세금은 교회와 정부, 영주에게 징수권을 확대하고, 수입의 70% 이상을 뜯기는 농노제에 백성은 숨이 막혔다. 가까스로 페스트가 휩쓸고 간 유럽은 도시형 중심의 인구 밀집도로 인해 전염병 감염률이 높아서 인구가 1/3로 줄었다. 반면에 아랍지역은 유목형 인구 분산으로 인해 흑사병이 비껴갔고 백성을 유지하면서 사막으로 새로운 실크로드를 형성하여 경제 번영을 누렸다.
더욱이 제정일치의 이슬람은 칼리프(이슬람 세계의 최고 지도자)가 통치체제를 유연하게 운영했다.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정복지의 이교도에겐 인두세 10%만을 세금으로 책정하고,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고 자신의 종교를 고집하는 이교도에게는 25%의 세금을 부여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책으로 인해 이슬람은 백성에게 환대받았고, 백성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앞다투어 개종하다 보니 삽시간에 이슬람 인구가 늘어났다. -p74. 3장 기독교와 이슬람의 사랑, 중에서
※ 「킨제이 보고서」는 ‘정숙한 여성은 성욕을 느껴서는 안 된다.’라는 보수적 기독교의 입장과 부딪쳤고, FBI의 청문회까지 열리면서 록펠러 재단의 지원금을 취소했다. 극우 기독교단체들은 킨제이를 ‘성적 변태를 옹호하고 청소년을 타락시키는 사람’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몰아세웠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인디언 학살과 마녀사냥 방식이 답습되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00만 명의 소녀들이 임신하고, 임신하는 소녀의 80%는 원치 않는 임신이며, 청소년의 절반이 18세 이전에 성 경험을 한다. 그런데도 극우 기독교단체는 학교에서 성교육하지 말라며 압박하고, 대법원은 낙태 금지가 합헌이라고 판결한 적이 있다. 혼전 섹스 금지와 여성의 임신 도구화는 예나 지금이나 미국 사회에서 극단을 형성한다.
한국의 현실도 이와 비슷하다. 사랑 욕망은 금지해야 하고, 성은 타락의 산물이며, 섹스는 결혼제도 안에서만 허용하고, 청소년의 성적 자기 결정권은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극우 종교인들의 입장이다. -p121. 6장 모순된 미국의 성, 중에서
※학교에서도 미투 현상은 치열했다.
교육부의 스쿨 미투 안내서는 ‘검찰의 먼지떨이 수사’보다 한 수 위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실명이든 익명이든 교사를 성폭력이나 아동 학대 혐의로 신고하면 학교장은 즉시 교육청에 보고하고 교사를 수업에서 배제한다. 진위를 따질 필요는 없다. 그건 나중 일이고 우선 수업을 못 들어가게 한 후, 학생을 대상으로 수년간의 혐의를 전수조사한다.
익명 혹은 실명을 전제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이것저것 의혹을 싹쓸이하여 모은 후, 범죄 여부를 성고충심의위원회에 부쳐서 판단하게 한다. 신고하는 학생이 목격하거나 어디에서 들은 소문이거나 간에 그에 대한 교사의 항변이나 팩트 부정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신고 항목의 성추행 ·성희롱 여부만 따진다. 교사의 해명이나 진위는 따지지 않고 학생들이 느낀다고 주장하는 성적 모욕을 우선시한다.
성고충심의위원회는 본래 교직원 간의 성희롱 문제를 판단하기 위해 설치한 자문기구다. 법률가가 위원으로 참석하지만, 여기에서 교사의 유 · 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위원회는 자신들의 판단 여부가 유·무죄를 확정 짓는 것이 아니므로 억울하다면 사법 당국이나 재판부에 진실을 규명해 달라는 소송을 하라고 너그럽게 부연해 설명한다. 그러나 사법 당국이나 재판부는 거꾸로 기소와 재판에서 위원회의 유 · 무죄 여부를 상당한 양형의 근거나 범죄혐의의 정황 증거 과정으로 참고한다. -p181. 10장 들판에 피는 꽃, 성교육, 중에서
※ 책은 교보 인터넷,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차수현 기자 chaph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