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과목 식민화・퇴행 우려, 보건교사들 이태규 의원 발의 학교보건법 개정안 철회 요구
[세종인뉴스 차수현 기자] 지난 2월 7일, CPR 등 보건교육 기준 강화를 명분으로 발의된 학교보건법 개정안(이태규 의원 대표 발의)에 대해 보건교사들 및 보건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된 “보건교육 정상화 대책위원회(위원장 우윤미)”와 (사)보건교육포럼(이사장 우옥영, 경기대 교수)이 “학생 보건교육 강화가 아니라 보건교사, 보건과목의 식민화와 퇴행”이라고 반대하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보건교사회, 보건교육장학사협의회 등도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에 따르면, 이 법안이 기존 학교보건법 제9조의 2에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등을 포함한 체계적인 보건교육”에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포함하도록 한 것은 9조 등에 담을 수 있으나, “보건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보건교육의 실시 시간, 도서 등 그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교육부 장관이 정한다”를 “보건교육이 체계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보건교육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여야 한다”로 개정하는 것은 20년 전으로의 퇴행이라는 것이다.
이태규 의원이 삭제하려는 이 법률 제9조의 2 후단은 체계적인 보건교육의 핵심 실행 수단인 보건교육과정 고시, 보건과목, 보건수업 시간, 보건교과서 사용의 근거인데, 이를 삭제하면 앞으로 2008년부터 고시되어온 보건교육과정이 사라져 체계적 보건교육이 안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등의 보건교과 설치 대선공약을 거쳐 보건교과 입법이 된 것인데, 20년 전처럼 보건과목도 보건 교과서도 없이 다른 교과목의 시간을 빌려서 개별 보건교사의 역량에 따라 들쭉날쭉 하는 보건수업의 식민화 및 퇴행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항의에 이태규 의원실에서는 처음에는 “보건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니, 바뀐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가 현장 교사들이 기존 법안의 의의와 개정안의 삭제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결국 “사실 보건교육과 교육과정이 어떤 관계인지 잘 몰랐다.”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에 보건교사들이 “어느 단체 혹은 정부 부서의 자문을 받은 것인가?” 물으며 함께 대면 토론을 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자 의원실에서는 “소비자 단체”의 제안을 받았다면서 더 이상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와는 달리 “교육부가 법률이 정한 의무교육을 제대로 실시할 수 있는 필수 교과나 필요한 교원 배치 및 자격 부여를 해 주지 않아 힘만 든다. 보건실에서 할 일도 많은데 보건수업은 하지 말자” 는 일부의 의견도 있다면서,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이 이 법안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수업은 안하고 교사 지위만 유지하자는 것이냐?” 하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보건교육정상화대책위원회 등에서는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교사는 학생을 교육하는 사람이며, 학교보건법 제15조에 보건교사는 체계적인 보건교육과 학생 건강관리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고, 이 법의 시행령 제23조에서 보건교사의 필요시 보건교육 및 다른 교사의 보건교육에 협력 조항이 있어, 보건수업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보건교과가 없던 이전에 이런 조항이 다른 교과의 수업을 땜빵하는 데 악용되었듯이 보건교육이 식민화・퇴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이자 대통령 교육자문을 맡았던 김대유 건강과성연구소장(서영대 교수)은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널리 2007년 개정된 법률과 보건교육의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하다”며 국회와 교육계의 인식 전환을 주문했고, “이처럼 학생 보건교육을 퇴행시키는 법안 제출은 민생파탄에 다름 아닌 일로 제대로 알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혜진 2022 전교조 보건위원장은 교육부가 보건 표시과목을 조속히 도입하여, 적정 시간, 교사 정원 등 미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희 경북 보건교사회장은 “국회에서 현장과 심도깊은 협의를 해야 한다. 이 법안에서 시수, 도서를 교육부 장관이 정하도록 한 부분은 반드시 유지, 발전시켜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2022 보건교육과정에는 이미 자동심장충격기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 다만, 법률이 정한 의무교육과는 달리 교육부가 보건을 필수과목이 아닌 초등 재량 수업, 중고 선택과목으로 고시하여, 보건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이 이를 배우기 어려운 상태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별도의 예산으로 재량시간이나 타 교과시간에 외부강사를 통해 심폐소생술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체계적이기는 어려운 상태다.
위 두 단체와 유관 단체 관계자들은 “보건교육을 강화시키려면, 이 법안을 철회하고, 보건과목 필수화 법안 및 보건교사의 정교사 전환 추진이 우선이다. 그래야 적정 수업시수와 보건교사의 적정 배치를 통해 높아지는 학생들의 건강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 “교육부 장관이 정한다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로 개정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며, “2022년 통과된 보건교사 2인 배치도 속도가 너무 느린 상태”라며, 교육부와 국회의 조속한 보건교육 보완 입법과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수현 기자 chaph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