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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대문이 뜯겨 나가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기사승인 2022.10.28  17: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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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은평구 지역문화 아카이브 구축 활성화 사업 지원 사업 결과물

〈김대유 교수의 신간 서평〉 잘 가, 나의 대문

골목길이 없어지는 것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다

「잘 가, 나의 대문」(e-Book, 1인1책, 2022)은 망설임 없이 곧 서평의 제목으로 가져와도 좋을 만큼 ‘좋은 제목’이다. 도시 재건축의 현장에서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보랏빛 향수로 채색한 이 책은 페이지마다 일견 마음 아픈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잃어버린 것들을 추억으로 불러내는 일은 지난한 작업이다. 작가의 시선이 카메라의 앵글을 통해 반추될 때 동공에 비친 슬픔을 읽어내는 일은, 그리고 뭉클한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일은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서울시 은평구와 은평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인 ‘지역문화 아카이브 구축 활성화 사업’ 즉 아카이빙 콘텐츠 개발 지원사업의 결과물이다. 은평구 신사2동(신사1구역)의 재건축을 앞두고 몰래 들어와 빈집의 대문을 뜯어가는 도둑질을 막고자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 영영 사라져가는 단독주택의 대문과 골목을 사진으로 찍어 에세이와 함께 담은 책이다. 제작 시기는 이주 종료의 2022년 3월부터 9월까지의 모습이 담겨있고, 스토리는 원주민과 이웃에게서 나온 동네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독자들은 지면에서 날 것의 대문과 생생한 골목을 글과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우리집 대문이 뜯겨 나가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신사 1구역 재건축 동네의 주민이 외친 한마디는 저서의 동기가 되었다. 곧 뜯겨 나갈 자신의 집 대문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삶의 정든 터전을 떠나야 하는 이주민의 서러움은 어떤 것으로도 보상 받을 길 없는 천형(天刑)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대문은 울타리를 끼고 있고 대문과 울타리가 있는 골목집은 마당 가득히 하늘을 들여다 놓을 수가 있기에 대문을 잃는 것은 하늘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Book] 잘 가, 나의 대문은 은평 신사1구역을 찍은 사진에세이다.

김준호, 박정희, 우선주, 정은옥이 공동저자로 함께 책을 꾸몄다. 작가 김준호는 우리나라에서 1인1책 사업을 최초로 펼쳐 온 사람이다.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1인 1책이 많고, 지금도 청소년과 대학생, 성인을 대상으로 한 1인1책 만들기 강의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시민운동의 경력을 지닌 사진작가 우선주의 사진은 언제 보아도 따뜻하고 정갈하다. 작가 박정희와 정은옥의 전문성도 눈에 쏙 들어온다. 4인4색의 글과 그림이 하나로 모아져서 이별의 서러움을 아득한 그리움으로 승화시켰다.

도시재생의 명목으로 재개발을 시도하는 젠틀리피케이션은 도시난민을 형성시켰다. 파란 하늘을 이고 진 대문과 골목이 사라진 자리에 하늘을 가린 아파트촌이 들어설 때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서민들은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겪는다.

모든 길은 사람으로 통한다. 골목길이 없어지는 것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고가의 아파트 한 채를 얻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책갈피마다 그리움이 담긴 사진과 서러움이 묻어나는 글편에서 문득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도 있다.

이 책은 무료서적이다.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의 뷰어에서 PDF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다. 일독을 권한다.

임우연 기자 lms7003255@hanmail.net

<저작권자 © 세종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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