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의 명상일기]
가을의 생명들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수연(水然) ] 산방에 서늘한 기운이 돌며 가을이 찾아왔다. 밤새 추위에 몸을 웅크리며 밤잠을 설쳤는데, 아침에 일어나 산방을 둘러보다 돌확에 살얼음이 낀 것을 발견했다.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수연(水然) |
서리가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산방의 생명들은 갑자기 침묵을 지키며 죽음을 맞는다. 산방 오솔길 곳곳에 곤충 벌레들의 주검이 나뒹군다.
개중 강한 생명력을 지닌 생명들은 안간힘을 다해 생명을 지키며 온기를 찾아 헤매고 있다.
낮이 되어 따사로운 가을햇살을 쐬며 자꾸만 산방을 빙빙 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곳곳에 미약한 생명체가 눈에 들어와 발길이 조심스러워진다.
몸을 구부려 생명력이 쇠잔한 생명들을 자세히 살펴본다. 아!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온전한 생명이 하나도 없었다.
나비는 낡은 걸레처럼 온통 날개가 찢겨 나갔고, 여치는 앞다리가 하나 없었고, 잠자리는 한쪽 날개가 반쯤 손상되었고, 참새는 발가락이 뭉툭하고, 개구리는 뒷다리를 잃고 불안하게 뒤뚱거리고 있었다.
모든 생명은 저렇게 늙고 다치고 병들어 살다가 마침내 한생을 마감한다. 인간도 어찌 예외일 수 있겠는가?
늙으면 병들고 다치고 아프고 그러다가 죽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자연의 모든 생명들은 이를 고요히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인간만은 온갖 방법으로 버티고 연장하고 거부하고 저항한다. 그렇다고 자연의 거대한 이치를 어떻게 거스를 수 있겠는가? 마침내 순응할 수밖에 없다.
고통만 더하며. 때가 되어 자연의 순리에 순종하여 고요히 자기 생명을 거두며 생을 마감하는 저 생명들의 모습은 얼마나 엄숙하고 경건하며 처연한가!(수연)
수연(水然) 칼럼니스트 root895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