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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의 명상일기, 늙는다는 것

기사승인 2018.12.13  18: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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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의 명상일기 237 : 늙는다는 것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수연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수연] 우리 귀염둥이 주니(토이푸들, 2003년 생)가 우리 가족이 된지 어언 15년, 이제 15세가 되었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90세가 넘었다고 한다. 늦게 태어났지만 주니가 우리보다 먼저 노인이 되어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첩함, 민감함, 활동성 그리고 그 생기발랄함이 사라지고 거의 하루 종일 배고플 때가 아니면 자기 집에 처박혀 잠만 잔다. 털이 빠지고 동작이 느려지고 걸음걸이가 불안하며 똥오줌을 아무데나 싸고 시력이 약화되어 가까이에 있는 물체도 인식하지 못한다.

사람에게 볼 수 있는 모든 늙음의 증세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늙어가는 주니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한없는 안스러움, 사랑스러움 그리고 강한 보호의식이 생긴다.

내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소렌토)도 2003년 생으로 주니와 나이가 똑같다. 주행거리가 20만 킬로가 넘었고 온갖 이상 증후가 이따금 나타나고 있다. 도처에 녹이 쓸고 칠이 벗겨지고 온통 상처투성이인데 문을 열 때마다 노쇠한 관절에서 나는 듯한 삐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카센터에 가서 점검을 받으면 늘 이것저것 온갖 수리를 해야 한다고 하며 긴 견적서를 내미는데, 나는 애써 모른 척한다. 다만 가끔 차를 쓰다듬으며 미안함과 고마움과 애정을 표시하는데, 영락없이 함께 늙어가는 동반자 의식을 느낀다. 긴긴 세월 나를 태우고 전국을 돌아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진화생물학자 조나선 실버타운은 모든 존재가 늙는다는 것은 ‘우주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늙음은 자연의 순리요, 생명의 이치요, 우주의 질서이다.

늙는다는 것은 인간의 일이 아니라 생명체를 영생불사 자연에 남기고픈 우주의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무도 꽃도 동물도 모든 사물도 한 번 탄생하면 반드시 늙기 마련이다.

인간이라고 어찌 예외일 수 있고, 나라고 어찌 특별날 수 있겠는가? 세상에 늙음을 거부하거나 저항하는 것만큼 어리석고 미련한 일은 없으리라. 어차피 늙어야할 바에야 얼른 늙어감을 흔쾌히 수용하고 어떻게 하면 평안하고 아름답고 지혜롭게 늙어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수연)

수연(水然) 칼럼니스트 root8959@hanmail.net

<저작권자 © 세종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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