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체부 1급→ 2급 강등 전력자를 세종시 문화예술관광 수장으로 부른 것 자체가 문제
[세종시의회 논평] 박영국 이사장 박근혜 정권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진두지휘 전력
내정자 때문에 인사청문회 거부 의혹? 최민호 시장, 39만 세종시민과 의회 무시 심각한 사안
세종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순열 의장을 중심으로 논평을 발표하고 있다.(세종시의회는 의원 정수 20명 중 13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
[세종인뉴스 김근식 기자]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가 오늘 최종 선임됐다. 20일부터 임기를 시작해 앞으로 2년간 세종시의 문화․예술․관광 분야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매우 우려스럽고 개탄스럽다.
박영국 대표이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감사원으로부터 징계를 요구받은 인물이다. 이로 인해 문체부 1급 실장에서 2급으로 강등됐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줄 세우고, 정치 편향을 이유로 낙인찍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당시 처분들이 세종시에서 또 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무엇보다 노무현의 도시인 세종시 위상에 걸맞지도 않을뿐더러, 젊은 도시의 눈높이에 한참을 못 미치는 인사다. 한마디로 최민호 시장이 벌인 인사 참극이다.
▲세종시민과 문화예술계 자존심 짓밟은 최민호 시장!
세종시 문화․예술인 뿐만 아니라, 서울 등 각지 예술인 및 종사자도 우려를 금치 못할 것이다. 시민과 지역사회 및 언론인의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할 인사라 할 만하다. 세종시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고, 전국적인 망신을 자초한 상황이다.
전문성이 입증되지 않은 공무원 관련 경력만으로, 그것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를 받았던 인물이 지역 문화와 예술에 대한 공감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 예술인들과 제대로 교감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작가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전시를 열고, 문화 트랜드를 반영하는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싶다.
문체부(유인촌 장관) 추천인지 특정인의 추천인지도 논란이다. 퇴직 공무원 밥그릇 챙기려다 세종시민의 자존심이 무너진 한심한 상황에서 혹여 문체부 예산 확보를 전제로 인사 청탁은 없었는지 밝혀야 한다.
공교롭게도 세종시는 올 초 ‘대한민국 문화도시’ 대상지로 선정됐다. 1년간 예비 사업을 추진해 연말 선정되면 3년간 국비 100억(+지방비 100억)이 지원된다. 한글 사업 성과나 업적이 뚜렷하지도 않은 세종시가 ‘한글 문화도시’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정원산업박람회 재추진도 같은 맥락에서 주시해야 할 사업 중 하나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해충돌 방지 위반이다. 추천한 자도 추천받은 자도 실무에 개입한 담당 실무자 모두 형사 고발 대상이다. 믿고 맡겨 달라던 최민호 시장의 요청은 내정된 인사를 염두 한 게 아닌가 공개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인사청문회는 지명권이 없다며 거부하고, 문화․예술 분야에서 이렇다 할 업적과 성과가 없는 인사를 적임자로 둔갑시켜 임명해 의심받는 상황을 자초한 것은 최 시장 자신이다. 매우 유감이고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임원추천위원회 검증 한계ㆍ최 시장, 의회와 시민 무시 이미 계획
임원추천위원회 역할은 이미 한계가 확인됐다. 무엇보다 시의회 인사청문회를 대신할 기구가 아니다. 임원을 추천하기 위한 기구일 뿐 최종 결정권자는 시장이다. 산하 기관장 선임 때마다 임원추천위원회를 매번 구성해야 하는 번거로움, 심사 전 과정이 의회에 보고되지 않고 기관 주도로 비밀리에 진행되는 한계, 더불어 자치분권과 지방시대에 걸맞는 시대적 흐름을 고려해 시의회는 인사청문회 조례를 통과시킨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순열 의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인사청문회 개최를 공언했고, 올 1월 4일 인사청문회 개최를 공개 재론하며 언론과 집행부를 상대로 의견을 전달했지만 최 시장은 철저히 회피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산하기관인 문화관광재단(이사장 최민호)은 다음날 5일 대표이사 공개 모집 공고문을 인터넷에 올리는 기만적인 행태까지 보였다.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무시한 채 행정 절차를 밟아 사실상 협치를 거부하고 시장으로서의 자질도 의심받는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시장과 의장이 협의할 시간은 충분했다. 공모 기간 중에도 수 차례 인사청문회 개최를 위해 실무선과 정무 채널, 언론을 통해 의사를 전달했지만 최 시장은 모두 외면했다. 의도한 것처럼 공모 마감 후 심사도 일사천리로 진행 시키더니 이사회를 서둘러 열어 의결하는 기막힌 행태까지 보였다.
더 가관은 임추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하지만, 확인 결과 2명의 복수 다득점자를 최종 추천하는 것에 전원 이의가 없다는 내용을 마치 만장일치로 추천한 것으로 둔갑시키는 기만적 행태까지 보였다. 인사청문회는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는가 하면, 이미 공모와 심사가 진행 중이라며 차일피일 미루는 등 39만 세종시민을 우롱하는 기막힌 구태 행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다.
엄연히 법과 조례가 있음에도 강제조항이 아니라는 핑계를 운운하며 의회를 무시한 처사로 시장의 자질도 심각히 의심해야 할 상황이다. 결국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증했으면 될 일을 스스로 화만 키운 꼴이다.
▲최민호 시장과 협치 없을 것
문화예술인의 자존심을 짓밟고 세종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를 무시하며 강행한 이번 처사는 세종시 이미지를 실추시킨 역사에 기록될 사안으로 규정하고, 최민호 시장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나아가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은 인사 참극에 향후 시민의 따가운 평가가 있을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아울러 앞으로 협치는 없을 것이다.
▲무잼도시 세종시 이대로 방치할 셈인가 … 진짜 전문가 모셔야
세종시는 출범 후 10년간 이렇다 할 축제나 놀이를 발굴하지도 정착시키지도 못했다. 참사에 가까운 축제가 연이어지는 가운데 미숙한 운영과 기획력도 한심해 전국 광역 시․도에 견주지 못할 한심한 수준이다.
제대로 된 기획과 연출은커녕 충TV와 같은 참신한 시도라도 해줄 전문가가 필요하단 이야기다. 행정관료 출신이 대표로 있는 문화예술재단은 안정적인 조직 운영은 가능할지 몰라도 전국 최초 사업이나 새로운 기획, 정체성 담은 축제를 기대하는 건 어렵다. 현재 문제를 답습하고 유지할 뿐이다.
놀 곳 없는 무잼 도시 세종시란 오명을 벗고, 문화 불모지를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할 적임자를 찾는데 경주하길 바란다. 퇴직 공무원 밥 그릇을 챙기기보다 진정 세종시 발전을 위한다면 문화예술계에서 창작 활동을 한 전력과 종사(경영 포함)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모셔야 할 것이다.
▲임원추천위원회 기능 축소 및 변경
임원추천위원회 검증은 서류 심사에 국한시키고 압축된 인사에 대한 최종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의회에 전달케 하고, 시장이 최종 선임한 인사를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해 인선이 진행되도록 해야 이 같은 인사 참사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임원추천위는 산하기관장이 아닌 실무 총괄자(임원)에 국한된 추천 활동을 하도록 재설계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규칙이나 규정을 보완해 전 산하기관이 운영되도록 추가 검토할 것이다.
한편, 지난해 9월 세종시의회 유인호 의회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 보람동)이 대표발의 한 ‘세종시 인사청문회 조례’가 원안 통과됐고 같은 해 12월 18일 공포됐으나, 동 조례의 인사청문 조항은 강제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세종시는 14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신임 대표이사로 박영국씨를 의결했다.
김근식 기자 luckyman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