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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민호의 월요이야기, 첫눈

기사승인 2024.11.25  17: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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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의 월요이야기 – 제91호('24.11.25.)]
- 첫눈 -

겨울은 언제나 첫눈과 함께 저의 곁에 옵니다.
첫눈을 만나지 않았으니 저에게 겨울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첫눈이 오는 날.
첫눈은 강아지만 뛰게 하는 게 아니라 저의 마음도 뛰게 합니다.

어느새 수북이 쌓인 나이를 잊고, 어린 동심과 들떴던 젊은 시절 첫사랑의 추억 위에 첫눈이 소복하게 쌓입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찌푸린 구름을 보며 행여 내릴까 기다려지는 하얀 그리움.
첫눈이 설레게 하는 가슴은 나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첫눈 내리는 날, 누군가에게 전화하여 눈이 그치기 전에 커피라도 뭐라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사랑하는 연인이겠지요.

지금도 명화의 한 장면처럼 지워지지 않습니다.
창밖의 날리는 첫눈을 보자며 느닷없이 올라탄 기차를 타고 청량리를 지나 춘천까지 가던 내내 첫눈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감전되듯 느껴지던 그녀의 따스했던 작은 손의 전류.

첫 키스를 기대했던 설렘은 눈치만 보다 속절없이 애만 태우고, 간신히 언 손만 녹여준다며 호주머니 속에서 잡아보았던 따스하고 애틋한 추억.

석탄 난로가 있던 춘천의 토방집 다방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던 그 추억을 어찌 어떤 세월이 지난들 잊히겠어요. 그런 젊은 우리를 그윽하게 바라보던 다방 마담의 그 부러워하던 눈빛마저...

첫눈은 오다 말아야 더 첫눈답습니다.

아쉬운 듯 애태우듯, 진눈깨비보다는 조금 더 하얗게, 함박눈보다는 덜 풍성하게, 오후가 조금 지난 시간에 내려, 부랴부랴 퇴근을 하고 싱숭생숭 어딘가를 정해 연락하며 설레는 흥분. 창밖에 스치는 하얀 흔적만 보아도 뛰어나가 맞아 보고 싶은 마력.

하지만 연락할 누구도 없는 이에게 첫눈의 잔인함은 또 어찌할까요.
과거를 회상할수록 처연해지는 이 감당하기 어려운 첫눈의 외로움을 어떻게 할까요.

그렇다면 혼자서, 그저 조용히 첫눈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고 싶군요.
허스키한 목소리의 살바토르 아다모의 샹송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를 들으며 더욱 진한 외로움을 즐기고 싶네요.

눈이 내리네
너는 오늘 밤 오지 않겠지.
눈이 내리네
나의 마음이 검게 물들어 간다네
모든 것이 절망의 하얀색으로 물들어 간다네....

외로움은 더 진한 외로움으로 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로움이 외롭지 않게 더욱더 외롭게 나를 만들어버리면 어떨까요.

첫눈이 오는 날은 어딘가를 걷고 싶습니다.
연인과 함께라면 새롬다정길의 오솔길을, 혼자라면 고즈넉한 호수공원을 거닐고 싶습니다. 새롬다정길의 길가 카페에서는 하트 문양의 라테를 마시고, 호수공원에서는 라고바움의 카페에서 백설탕을 넣은 외로운 갈색의 홍차를 마시고 싶군요.

"첫눈이 와요!"

누가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줄까요? (쉿! 그 사람과 데이트를....)

-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

차수현 기자 chaphung@naver.com

<저작권자 © 세종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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