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의 명상일기
나무야 말로 내 영혼의 친구다
공주시 갑사 입구의 오래된 참나무(조리개 F2.4 초점거리 4.30mm/세종인뉴스) |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수연] 해를 더할수록 세상의 일상사에 대해서 무심해진다. 일생 들어온 밥 먹고 돈 버는 얘기에는 진작 별 흥미를 잃었고, 시답잖은 정치애기를 듣고 있으면 흘러간 영화를 되풀이 보는 듯 시들하다.
누군가와 마주앉아 10분만 일상의 얘기를 하고나면 금방 무료해진다. 이럴 땐 세상으로부터 얼른 벗어나 산방으로 벌써 마음이 향한다.
산방에 돌아와 홀로 되었을 때 문득 제 정신이 든 것을 알아차린다. 산방에는 오백 그루 가량의 영혼의 친구들이 있다.
바로 나무들이다. 이들은 낡아빠진 얘기를 나에게 늘어놓지 않고 그저 늘 새로운 침묵으로 나를 응대한다. 세상에 나무만큼 마음 편한 친구가 또 있을까?
자기를 주장하지 않으며 그저 묵묵히 수용하며 고요히 토닥토닥 침묵의 말을 걸어오는 나무야말로 내 영혼의 친구다.
일생 인류를 그토록 사랑했던 휴머니스트 빅토르 위고가 숲과 나무를 그토록 그리워했다는 것은 사뭇 역설적이다. 그는 어떤 시에서 이렇게 외치고 있다.
“숲의 나무여,
너는 내 영혼을 아는구나.”
평생 현실 정치에도 적극적 관심을 보이며 군중들 사이를 누비며 살았던 빅토르 위고는 만년에 다음 같은 글을 남기고 있다.
“엄숙하고 고독한 나뭇가지 아래,
그것이 바로 아무도 모르게
내가 영면하고 싶은 곳,
내가 잠들 때 눕고 싶은 곳이다.”
역시 인간이 영혼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숲속 나무 밑이다. 내가 세상을 떠날 때 산방 어디쯤 나무 아래 내 육신을 내려놓을지 가늠하는 낯선 나를 발견하고 이따금 깜짝 놀란다.(수연)
칼럼니스트 수연(水然) root895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