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유 칼럼리스트의 『서평』
가슴시린 산문집 「푸른 저녁의 노트」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김대유] 훌륭한 글이란 진실한 가슴에서 피어난 문장이다. 산문집 「푸른 저녁의 노트」(소재식, 고요아침 刊, 2018)는 이런 사유(思惟)가 절로 읽혀지는 책이다.
지은이는 서울 서문여중에서 국어교사로 정년을 마치면서 평생의 사유를 글로 엮어냈다. 책갈피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소소한 행복감이 묻어난다.
“얘들아 혼자서 여행해 본 사람 있니?”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브레이크 없는 소년이 되어’, ‘구름의 망명정부’, ‘시인과 소녀는 햇살처럼 빛나는 존재’, ‘그날의 기억들’ 등으로 전개되고, 마침내 “얘들아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로 맺음되는 글의 여정에서 우리는 숨을 멈추고 고요한 시선으로 네버랜드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른들을 위한 단상도 곳곳에 숨어있다. ‘인생은 순환열차’, ‘난징 그 우울한 날의 기억’,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 ‘애도일기’, ‘기형도, 그가 그리운 3월’ 등 물빛 이야기 속에는 고통의 터널을 지나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리움이, 깊은 우물처럼 잠겨있다.
이렇듯 삶의 의미를 담아가는 단편들에는 삶의 진실과 더불어 간절한 메시지가 있다. 죽음과 원망, 실현되지 못한 꿈과 시대의 우울까지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희망으로 거듭난다.
따라서 우울하게 풀어낸 글까지도 소녀들의 눈빛이나 머릿결같이 산뜻하게 빛난다. 이 책은 이처럼 깊고 넓은 사고로 풍요로운 사색을 던져주며, 문학성이 짙은 정제된 표현과 묘사로 읽을 맛을 더해준다.
그래서인지 담담한 듯 내적 열정으로 결코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담은 햇살처럼 반짝이는 글이다. 따라서 필자의 염원처럼 읽을 맛이 나고 희망적인 메시지가 잘 느껴지는 글로서 읽을수록 여운이 남는 근래 보기 드문 산문집이다.
시인 박정대는 추천사에서 “일명 속수무책, 글의 행간마다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본다. 그 펄럭임은 올곧은 의지와 순수한 감정의 표상이다. 우리도 모르게 지나온 우리의 벨 에포크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으리라”고 평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에 순수로 빛나는 하나의 산문집 ‘푸른 저녁의 노트’를 읽어보라.
김대유 칼럼니스트 dae583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