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 후 교육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
[서울=한국인터넷기자클럽] 세종인뉴스 차수현 기자= 27년 전통의 사단법인 한국교육연구소(소장 이인규)가 19일 오후 6시 서울시교육복지종합지원센터에서 제3차 정기 학습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대유 경기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이종태 박사가 ‘새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라는 제목으로 주제발제를 하고 20여 명의 교육전문가들이 참가하여 열띤 토론을 전개했다.
▲ 이인규 한국교육연구소장은 향후 정기 세미나를 통해 지식인들이 함께 공부하고 더욱 좋은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
이종태 박사는 현재 교육시민단체인“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21세기 연구소”소장을 맡고 있으며‘미래교육 비전과 전략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종태 박사는 10년 만에 출범한 진보정권의 교육정책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우려를 발제하였다. 이박사는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라는 제목을 단 문대통령의 교육 공약을 분석하면서 우려되는 지점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우려되는 점에 대해 크게 두 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철학의 부재 또는 빈곤이고, 다른 하나는 시대 변화에 대한 둔감성이다. 철학의 부재를 드러낸 대목은 공약 전체에서 교육을 어떤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이끌어가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저소득층 또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교육기회를 늘리거나 지원을 확대한다는 이른바 교육복지 강화는 이미 사회적 양극화나 빈부격차 확대 문제로 공약했던 참여정부나 비슷한 정책을 약속했던 보수정권의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러한 약속은 두 보수 정권을 거치면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복지정책은 국민적 요구도가 높기에 적절한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교육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대부분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확대로 일관하고 있음을 보면서 선뜻 동의하기 어려움을 느낀다.
▲ 심임섭 박사(복잡성교육연구소장)는 교육의 원리를 복잡성 이론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예산 지원의 현실적 한계도 문제지만, 교육적 약자들이 원하는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교육 공약의 표제인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얼핏 보면 그게 왜 문제인가 싶을 수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저소득층과 교육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도 싶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근대 산업사회 패러다임이며, 흘러간 명제가 된 지 오래이다.
많은 사람들이 민간 또는 시장 요소가 교육에 들어오는 것을 신자유주의라고 비난했지만 역으로 보면 국가주의의 확대는 전체주의로 직결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생명으로 하는 ‘지식기반사회 혹은 제4차 산업혁명시대’가 진전될수록 국가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라는 명제는 복지와 평등을 진전시킬 수 있는 장점을 지니지만, 그 반대편은 획일성과 경직성, 그리고 사회적 무기력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절묘한 절충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제언의 지점에 대해서도 발제자는 따뜻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적폐청산’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지지로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가 다른 모든 분야에서는 물론 교육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루어 학생과 학부모에게 진정한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두 가지를 간곡하게 권유하였다.
첫째, 학교가 생기발랄한 배움의 장소로 탈바꿈될 수 있도록 학교체제를 혁신하라. 학교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획일적인 국가교육과정, 층층시하의 관료제도, 성적 경쟁의 청산이다.
이에 대해 아이들이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국가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하고, 교사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며, 교육을 학습으로 대체하는 인식의 혁명이 선행되어야 하고, 국영수과사 필수과목 대신 각종 프로젝트나 선택과목 중심으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학교의 운영을 단위학교 중심으로 개편하고, 교육행정 조직은 단위학교들이 요구하는 행·재정적 지원 역할에 머물러야 하며, 전문적 지원은 유럽 국가들처럼 교육행정 조직과는 별개로 장학조직을 통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째, 새로운 시대 환경에 맞게 교원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현행 교원제도는 산업화 시대와 권위주의 체제 속에서 만들어진 낡은 제도이다. 우선 양성과정과 자격증 제도를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 양성대학의 교육과정이 전면 개편되어야 하고(기존 교수들의 과감한 교체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교사자격증 제도도 폐지되거나 달라져야 한다.
시험을 치러 임용되는 넌센스도 시급히 사라져야 하며, 국가가 교사를 뽑아 장돌뱅이 돌리듯 하는 전보제도도 폐지되어야 한다. 그 대안으로 학교별 임용을 하고 북서유럽처럼 학교운영위원회(또는 이사회)에서 교장을 공모하여 뽑고, 그 교장에게 교사 인사권을 부여해야한다. 교장이나 교사는 모두 학부모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계약제이다. 이렇게 되면 교직사회의 여러 비합리를 낳는 교장 승진제가 원천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성공하려면 관료주의를 탈피하고 교육지원청 및 장학사 제도 폐지 등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옥영 (사)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교육혁신을 위해서는 선진국형 학점제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고, 김두루한 박사는 고등학교 교육정상화를 위한 토론교육의 도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심임섭 박사(복잡성교육연구소장)는 교육의 원리를 복잡성 이론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규 한국교육연구소장은 향후 정기 세미나를 통해 지식인들이 함께 공부하고 더욱 좋은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차수현 기자 chaph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