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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칼럼]교원성과급 폐지론

기사승인 2016.06.27  11: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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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성과급 폐지론

교원성과급 폐지한 뉴욕주

   
▲ 김대유 교수

[세종=세종인뉴스] 김대유 컬럼니스트= 미국에서 교원 성과급 제도는 19세기 말에 도입되었다가 1920년에 폐지되었고, 그 후 부침을 겪으며 오락가락하다가 1980년대 공화당 레이건 대통령 때 6개 주에서 입법조치를 취했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었다. 교원성과급의 선두주자였던 뉴욕주는 2011년에 이르러 마침내 교원성과급 제도를 폐지했다(뉴욕 타임스). 뉴욕시는 3년 동안 교사들에게 성과급으로 5,600만 달러를 지출했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장관은 그에 따라 성과급제를 폐지했다. 뉴욕주 보고서에는 “교원 성과급은 교사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나 학생들의 시험점수에 대해 뚜렷하게 드러나는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폐지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성과급의 효율성에 대한 진단과 평가도 없이 2016년에 세 등급(S,A,B)의 급간 차액을 급격히 늘렸다. 현재 교원성과급은 성과평가를 통해 SㆍAㆍB등급의 3단계로 나눠 지급한다. 최상위와 최하위 등급 간의 격차인 차등지급비율은 지난해까지 50%였으나 올해는 70%로 확대됐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학교별로 부여되는 학교성과급 20%를 폐지하고 온전히 개인성과급 10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경우 올해 교원 성과급의 최고 442만원 선, 최저 274만원 선으로 격차가 커진다. 학교에서 가장 힘들다는 담임의 업무, 그 담임수당은 올해 10만원에서 13만원으로 인상되었는데 13만원을 기준으로 연간 총액은 156만원이다. 성과급의 개인 차등액은 최고 168만원에 이른다. 담임수당 보다 훨씬 높다. 이는 어불성설이다. 학교에서 대부분 S를 받는 부장교사의 수당이 월 7만원임을 감안하면 학교에서 담임의 업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업무가 가장 과중한 담임교사나 보건교사 중 상당수는 A나 B등급을 받는다. 그들의 심정이 어떨 것인가를 국민들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교원성과급이 아무런 효율성 검증 없이 시행되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관료주의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승진에 질식당하는 교단

세계적으로 교원을 공무원 조직과 동일한 법령체계로 묶어놓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교사조직을 자격증에 따라 교장, 교감, 교사를 통합하여 ‘교원’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한국과 일본의 고유한 특징이다. 그러나 일본은 교장이 자격이 아니라 보직이다.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영국 등 OECD국가들의 교사제도는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그들은 교원의 자격증도 교사자격증 하나만 유지한다. 교장과 교감은 별도의 자격증(License)이 없는 보직이다. 2004년부터 교장에게 국가자격증을 요구하는 영국조차 교장자격증은 라이센스가 아니라 연수코스 이수증 개념의 헤드십(Headship)이다. 독일은 연방헌법에 ‘교장은 교사다’라고 못박고 있다. 교육전문직이라 불리는 장학사들이 학교와 교육청을 오가며 승진잔치를 벌이는 경우도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등은 교원이 장학사가 되면 학교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러므로 선진국은 한국처럼 근평에 의한 승진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 대개 중등학교 교사의 경우 출퇴근 시간도 시간표에 따라 다르고, 프랑스는 교사의 학교 밖 교육관련 동아리 활동도 교육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육활동으로 인정해준다. 왜 그럴까? 교장과 교사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 교원(교장, 교감, 수석교사, 교사)의 공통업무는 ‘학생을 교육’하는 일이다. 교장, 교감이 사실상 보직이란 뜻이다. 그러나 일제(日帝)가 남겨 준 교장 자격증제는 여전히 유효하고 낡은 유물을 남겨주고 떠난 일본은 교장 자격증제를 폐지하고 보직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서구 OECD국가의 교사제도가 단순하고 가벼운 것은 국가가 단위학교에 교육 권력을 이양하고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교사를 공무원과 달리 지식인 집단으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자율성과 전문성을 제도로 마련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 결과 정부와 교사의 갈등은 한국처럼 교원평가, 승진문제, 교원노조와의 정치적 충돌 등 이데올로기적 요인에서 비롯되기보다는 학력평가 등 사회적 문제에서 발생한다.

한국의 교원승진제도는 교사의 삶을 규정한다. 한국에서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승진이다. 승진을 추구하는 승진파 교사들은 승진을 위한 생활 주기(Life Cycle)를 살아야 하고, 승진에서 소외되는 교사나 승진을 추구하지 않는 교사들은 아무리 열심히 소신을 갖고 일해도 결국은 교육활동에서 승진한 자들의 지시를 이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승진파들은 적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승진에 목을 맨다. 승진을 못한 교사는 자기의 소신과 철학과 상관없이 ‘패배자’ 취급을 당한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교육활동에 대해 승진한 동료의 결재를 받아야 하고 견제를 당한다. 아무도, 누구도 이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장 승진 구조는 한국의 교육을 규정하는 정체성(Identity)이다. 여기에 성과급은 메가톤급 스트레스 폭탄으로 작용한다.

수업으로 피드백하는 선진국의 교사평가

외국의 교사평가를 살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승진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교사자격기준위원회(NBPTS)에서 제시한 교사의 직무는 학생 학습과 발달 지식, 교육과정과 수업, 전문가적 이해와 능력을 포함하고 있다. 교사는 수업의 수행과 학위 등 종합적인 경력 평가를 통해 보수를 산정한다. 수업평가는 대학 교수가 겸직하고 있는 겸임 장학사의 협조를 구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미국의 교사들이 생각하는 승진은 교직을 아예 떠나 장학사로 진출하거나 정치로 입문하는 것을 뜻한다. 그 점에서 미국은 교사에 대해 획일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단위학교의 몫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교사평가는 정부와 교원노조 간 협약에 의해 작성된 ‘학교운영 가이드라인’에 의해 이루어진다. 단체교섭의 결과를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정부가 법령으로 실시하는 교원평가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교장에게는 학교운영과 행정의 책무를 부여하고, 주임교사에게는 교재 개발과 평가 및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교사의 경우 학생 지도와 수업의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교사평가는 단위학교에서 교사의 경력을 종합적으로 참고하여 임금과 보수에 반영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영국의 장학관 역시 학교를 떠나면 다시 교사로 돌아오지 못하는데 교사들은 강력한 감독권이 있는 장학사로 이직하는 것을 승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 역시 정부가 법령으로 획일화하고 있는 교사평가는 따로 없다. 교사의 업무에 대해 수업활동과 수업활동 외의 지적인 시간까지 인정하여 직무 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사가 수업을 위해 학교 밖에서 지적인 일을 하는 것을 직무로 포함하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는 교사를 지식인으로 인식하고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교장도 교사의 교수학습을 통제할 권리가 없다.

각국의 교사평가를 살펴보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획일화된 교원평가를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나라가 없다. 둘째, 정부는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단위학교에 권고를 하여 자율적으로 교사평가를 실시하도록 지원한다. 셋째, 교사평가에 승진의 개념이 없다. 교수학습과 학위 취득 등 업적평가가 중요시된다.

장관, 교육감, 장학사, 교장부터 개혁해야

교장 승진 구조는 교원평가에도 그 영향을 끼친다. 교원평가는 근평, 성과급, 교원능력개발평가, 이 세 가지를 가리키는 통칭이다. 근평은 교장의 전유물이고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설문지를 교육부에서 만드니까 교육부 것이다. 성과급 역시 급간의 차이를 교육부가 정하기 때문에 교육부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평가는 행정평가의 성격을 갖고 있다. 교원평가에서 교사가 행정을 잘해야 높은 점수를 받고 적응할 수 있는 기제를 지녔다는 뜻이다. 성과급의 주요한 요소는 근평처럼 부장이나 담임의 보직, 출장과 수상 경력 등 행정평가로 채워져 있고,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교원평가 역시 학생과 학부모의 설문 결과를 교육청 연수에 연계시킴으로써 행정평가 방식의 처방을 내리고 있다.

이는 자신이 수업할 내용을 몇 년씩 걸려서 연구모형으로 만들어 ‘연구평가’를 받는 영국이나 미국의 교사평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이다. 한국의 교사평가를 선진국형으로 시행하려면 5년마다 바뀌는 교육과정 주기에 맞춰 5년에 1회 정도 교수학습 모형을 만들게 하여 시범수업을 하게하고, 관련 학회에 연계하여 평가해 주고 그 결과를 수업에 반영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교사의 외부 교육관련 강의활동, 대학원 수업, 동아리활동, 저술과 논찬 등 능동적인 자기개발 활동을 평가에 포함시켜야 한다. 지금처럼 교육청이 정한 매뉴얼만 따르도록 하면 교사는 갈수록 바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원 성과급은 폐지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부와 교육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위에 든 외국의 사례나 필자의 대안 제시를 수용할 능력이 부재하고 아예 마인드조차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장관은 시행규칙과 공문으로 평가를 강제하고, 교육감은 거기에 또 지침으로 자신의 시책을 얹고, 장학사와 교장은 장관과 교육감의 아바타가 되어 승진구조에 걸맞은 평가규정을 만들어서 교사들을 바보로 만든다. 교사들을 탓하기에 앞서 먼저 교육부 장관, 교육감, 장학사, 교장에 대한 제도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 4개의 직책이 바르게 작동되어 교사와 학생을 위한 평가제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때까지 무책임한 성과급 시행은 중단되어야 한다. 진정한 교육개혁은 이 4개의 직책에 대한 개혁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편집국 chaphung@naver.com

<저작권자 © 세종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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