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사라지지 않는 악습들(2)
교사가 겪는 을의 애환
▲ 김대유 교수 |
[세종=세종인뉴스] 김대유/교수= 교사는 을인가? 학생에게 갑으로 군림하는 교사도 동료 교사나 상급자에게는 엄연히 을이다. 교사는 애환이 있어도 월급을 받으니까 학생에 비할 수는 없지만, 을로 겪는 교사의 수난은 고스란히 학생에게 분풀이로 귀착되는 것을 생각하면 이 또한 보통 일이 아니다.
첫째, 강제 회식이 잦다. 어떤 학교는 신구 교원의 이동이 겹치는 2월에 회식을 잡는다. 떠나는 교원들이야 늘 보던 동료들과 먹고 가면 그만이지만 그 날 부임하여 난생처음 보는 동료들과 소맥 폭탄주를 돌려먹는 신규 교사들은 죽을 맛이다. 아예 관습이 된 회식도 많다. 자기가 속한 부의 회식, 학년 회식, 전체 회식, 졸업식 회식, 종업식 회식, 심지어 모시던 교장이나 교감이 전출하면 3월에 그들이 전출을 간 학교로 떡을 해가서 위로하는 전별 회식은 공립학교에 만연해 있다. 사실 이런 거 싹 없애야 한다. 성과급 무한경쟁에 근평 경쟁까지 경쟁으로 피비린내 나는 교단에서 동료애가 사라진 지는 오래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무슨 정이 그렇게 많아서 툭하면 회식일까? 결국은 부장교사나 교감, 교장을 위한 회식이다. 통제를 위한 방편으로서 회식은 유효할지 모르지만 교사들은 피곤하다.
둘째, 방학 중 강제 근무가 너무 많다. 초등이 특히 심하다. 2월은 방학 자체가 없다. 대학교수처럼 안식년도 없는 교사가 교수학습을 위해 그나마 안식월처럼 보낼 수 있는 방학을 빼앗아 간다. 중등은 방학용 방과후 학습(보충수업)으로 교사들을 출근시키고 초등은 교장, 교감이 혼자 출근하는 것이 심심한지 별다른 이유도 없이 교사들을 출근시킨다. 방학이 교사의 메리트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참 나쁜 악습은 없어지기는커녕 점점 고착되어 간다. 장학사들도 방학이 없으니까 교사들이 방학을 갖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지 이에 대한 시정 지도가 없다. 그럴 바에는 교장, 교감이나 장학사들도 4년에 한 번씩 평교사로 돌아와서 방학을 갖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하면 방학 강제 근무의 악습이 개선될 수도 있겠다.
셋째, 일직 근무하는 평교사에게 은근히 밥을 사게 하는 관습이 있다. 방학에 일직을 서는 평교사가 부장교사나 교감, 교장에게 점심밥을 사도록 은근히 압력을 가하는 관습이 아직 많은 학교에 남아 있다고 한다. 뭐 해먹을 것이 없어서 신참 교사나 평교사의 주머니를 털어야하는지 모르겠다. 교육청은 이런 점을 감안하여 방학 중에 학교에서 즐거이 살다시피 하는 간부 교원들의 수요를 파악하여 중식비를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 짜장면집에 가서 후결해주든지 말이다.
넷째, 관제 공문이 아니면 교사가 출장을 갈 수 없다. 연가나 조퇴도 힘들다. 교장들은 교육청 공문이 아니더라도 연찬을 위해서라면 민간단체의 행사나 연수에 출장을 달고 참석하지만, 평교사들에게는 오직 교육청 공문이 아니면 내보내지 않는다. 공·사립을 막론하고 교장들이 교육청을 핑계로 교사를 통제하는 악습 때문에 교사의 창의성은 오로지 교육청의 공문에 갇혀서 질식당한다. 그런 것은 학교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교육청은 방관하고 있다. 왜? 그럴 거면 교장들에게 인사권, 경영권 다 줄 일이지…. 또한 관제가 아니면 평가점수로도 인정해주지 않고 연수도 강의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고 받는 것만 인정한다. 이는 참으로 악랄한 관료주의의 전형이다.
다섯째, 임신과 출산을 가로막는다. 정식 교사는 비교적 자유롭지만 기간제 교사는 임신 기미가 보이거나 출산이 예정되어 있으면 재계약은 물론이고 채용 자체를 봉쇄당한다. 한마디로 기간제 교사는 임신과 출산의 자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한 것을 이유로 재계약할 수 없다고 통보하는 관리자도 있다.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기간제 교사라도 임신과 출산을 하게 하고 그 기간에 강사를 채용하면 될 일이다. 저출산으로 국가존망이 달린 한국에서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임신과 출산을 못 하게 한다면 배우는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에게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여자로 태어난 것이 죄다. 이렇게 가르쳐야 할까?
교단의 악습들은 이 밖에도 수없이 많다. 오래전부터 하나둘씩 만들어지기 시작한 악습은 이제 산더미처럼 쌓여서 교단에 쓰나미로 덮쳐 올 될 판국이다. 시간이 가도 그 어느 것 하나 없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 학생과 교사들은 악습의 피해자인 줄도 자각하지 못한 채 오히려 을끼리의 무한경쟁에 젖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악습들을 을끼리 전가하는 아비규환의 교단에서 교사와 학생은 하루하루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악습인지 분간하기 힘든 세월이다. 다만 3월의 새학기에 다시 한 번 교단의 악습들을 되돌아 보았을 뿐이다.
차수현 기자 chaph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