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의 꽃은 무궁화가 아니다. 민중의 꽃은 민중의 딸들이다.
김대유 교수의 연재 칼럼
2)귀향의 딸
[서울=세종인뉴스] 김대유 교수= 공자님의 유교가 지배하는 조선에서도 수만 명의 딸들이 간통으로 누명을 쓰고 쫒겨나고 자결했다. 여인들은 사실 유무와 관계없이 간통으로 고발되면 자결해야 했고, 자결하지 않으면 친척들이 은장도를 놓고 갔다.
▲ 김대유 교수 |
간통으로 고변된 여인들의 재산은 대부분 고발자인 시댁의 친인척이 나눠가졌고, 고발의 주목적은 재산을 빼앗기 위함이었다. 조선판 마녀사냥이다. 동서양을 통틀어 이 땅의 딸들은 고단하고 핍박받고 버림받는 일이 많았다.
조선의 인구가 700만 명인 인조 때 청나라는 조선을 침략하고 회군하면서 50만 명에 이르는 조선의 여인들을 납치해서 팔았고(최명길의 기록), 팔려간 여인들은 성노예로 전락했으며 조선의 가족에 의해 구출되어 돌아 온 여인들은 화냥년(還鄕女)으로 몰려서 자살해야 했다.
아침이면 자결한 여인들의 시체가 우물을 메우고 냇물은 하얗게 넘칠 정도였으니 그 비극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적에게 끌려가서 치욕을 겪고 가족에게 돌아와서는 명예살인에 희생된 우리의 딸들은 가엾고, 그 가엾음을 은폐하고 부끄러워 한 조선의 지배층과 남자들 때문에 조선은 망하고 또 망하고 거듭 망하다가 더러운 일본에게 스스로 나라를 내주었다.
대한제국의 인구가 2천만 명을 넘지 않았을 때 일제(日帝)는 20만 명이나 되는 조선의 딸들을 일명 정신대 위안부로 끌고 가서 강간하고 죽이고 불태웠다. 공식기록으로 살아 돌아 온 정신대 위안부 여인은 수백명에 불과하다. 수십만 명의 딸들이 원혼이 되어 이국땅에서 맴돌고 있다.
지금 상영되고 있는 영화 "귀향"은 일본군 정신대 위안부 문제를 다루었다. 수위 조절을 많이 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누선을 적시게 하고 있다.
민중의 꽃은 무궁화가 아니다. 민중의 꽃은 민중의 딸들이다.
영화 귀향은 개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개봉 5일 만에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유치하였고, 3.1절 이후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귀향은 제작 초기부터 자금부족과 금기(Taboo)에 시달리면서 순탄하지 못했고, 무려 14년에 걸쳐 7만5천2백 명이 모금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는 등 영화사의 진기록을 남겼다.
영화를 본 지인들 중에는 영화를 관람한 후 일제에 분노하다가 끝내는 정신대 문제를 너무나 쉽게 타협해 준 박근혜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토로하였다.
윤동주의 삶과 죽음을 조명한 흑백영화 동주를 본 사람들도 역시 나약한 조국의 현실이 한심스럽다가도 해방이후 일제의 주구 노릇을 하다가 이승만 정권에서 반민특위를 해체시키는데 앞장 선 부역자 출신 경찰들, 유신정권에 맞서 싸운 대학생들을 고문하던 그들, 광주 민주화 운동을 학살로 탄압한 정치군인들이 연상되어 마음이 많이 괴로웠다고 한다.
차수현 기자 chaph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