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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시장, 저는 ‘정원 속의 도시’를 꿈꾸고 있습니다

기사승인 2024.07.01  10: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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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 여건 급격 악화하는 와중에 정원도시박람회의 성공 여부조차 불투명?

“오해 없이는 무슨 일이든 성사시킬 수 없어 세종의 밝은 미래 향해 뚜벅뚜벅 나아갈 터”

공직자로서 소신, 행정수도 완성·정원도시 조성 의지 천명

[세종인뉴스 차수현 기자]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이다. 그가 하는 언어를 통해 그 사람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인의 언어는 더욱 그렇다. 필연적으로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정치의 속성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언어에 자신의 인생과 철학을 응축한다.

기본적으로 정치의 언어는 장래에 벌어질 현상을 다루는 장래효다. 유권자는 정치인의 말을 통해 존재를 이해하고, 그가 펼칠 정책을 통해 자신의 미래 삶을 유추한다. 그래서 정치인의 언어는 다른 이의 그것보다 예민하게 다뤄진다.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이 지난달 26일 조치원1927아트센터에 마련된 무대에 올랐다. 시정 4기 전반기 2년의 성과를 보고하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재킷을 벗어젖히고 마이크를 얼굴에 부착한 채 40분간 열변을 토했다. 간간이 객석에서 터져 나온 박수에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지만, 정해진 대본도 없이 시종일관 힘찬 육성으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특히 지방 정부의 수장으로서 시장의 언어는 시민의 삶과 매우 밀접할 터. 이날 최민호 시장이 던진 언어를 통해 그의 소신과 임기 후반기 시정을 이끌어갈 방향성과 철학을 들여다본다.

#1 “저는 공직자였습니다. 정치인으로 변신해서 2년을 흘렀습니다. 정치인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합니다. 공직자는 옳은 것이 좋은 것이고 합니다. 행정공무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지만, 이 나라를 바르게 하는 옳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저의 신념은 변함이 없습니다. ”

최민호 세종시장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1981년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 만 24세 청운의 나이에 공직을 시작했다. 공직자로서는 일선 시군 과장을 시작으로 광역단체 부지사, 중앙부처 차관급에 이르기까지 지방과 중앙행정기관의 다양한 계급의 직책을 두루 경험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30년간 나라와 국민을 위해 복무해 온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르다.

행정가 출신 시장으로서 옳은 것을 지키겠다는 최민호 시장의 소신은 기존의 정치인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다.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어 정책을 구상하는 데 골몰하고, 고민의 끝에 나온 정책으로 시민 삶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기존 정치인과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그의 발언은 시민에 대한 당부로 마무리됐다.

“제 신념이 그렇다고 해서 반대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본질을 버려서는 안 돼요. 정치의 관점에서 ‘당신은 국민의힘 소속이니까’하는 시각을 벗어나 제가 추구하는 저의 철학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제가 시민들께 드리고 싶은 부탁입니다.”

#2 “저에게 항상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의 에머슨이라는 철학자가 얘기했습니다. ‘위대하게 된다는 것은 오해받는 것이다.’ To be great is to be misunderstood. 오해 없이 위대하게 될 수는 없습니다. 오해 없이는 무슨 일을 성사시킬 수는 없어요. 만인이 다 찬성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예요. 그 말에서 저는 늘 힘을 얻고 용기 얻습니다. 오해가 있더라도 저는 더 꿋꿋이 나아갈 것입니다.”

최민호 시장은 브리핑에서 시정 4기 전반기 성과보다 하반기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세종시의 발전과 시민의 품격 있는 삶을 위해 분야별로 다섯 개의 지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지표에 대한 오해와 비판, 또 다른 도전을 예견했다. 그럼에도 그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오해를 극복의 대상으로 삼아 위대한 여정으로 나아가길 희망했다. 한편으로는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 위에 소모적인 정치 논쟁에 빠져 기대만큼 나아가지 못했다는 고충도 읽히는 대목이다.

“제가 오늘 제시한 다섯 개 지표는 다른 곳에서는 하지 않는 일입니다.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건데 그러다 보면 오해도 많고 반대도 많고 비평 비판도 많고 부작용도 있다는 것 잘 압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야 미래가 열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걸 세종시가 열어가야 한다는 제 각오를, 저의 진정성을 시민 여러분들께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정말 사심 없이 저는 걸어갈 것입니다.”

#3 “행정수도라는 법적 지위를 확실히 하기 위해 지금 특례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헌법을 바꾸는 게 제일 이상적이지만, 행정수도 명문화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헌법은 헌법대로 정치권에서 가는 걸로 추진하되, 법률을 바꿔서라도 행정수도의 지위를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 출범의 목적이자 시대적 사명이다. 수도권에 몰린 여러 기능 중 하나를 지방에 넘기는 수준을 넘어 완성된 행정수도 건설을 통해 수도권 과밀과 지방소멸 문제를 타개할 신호탄을 쏘아 올려야 한다.

시정4기 들어 그동안 진척이 없던 행정수도 완성 분야에서 역사적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여당 소속 시장과 야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의 역할 분담이 이뤄낸 결실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세종의 도시 정체성을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뛰어 넘어 행정수도로 공고히 하기 위한 법적 지위 확보에 있다.

세종시는 세종시법 전면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 우리 헌법과 법률 체계 내에 수도에 관한 조항이 전무한 상태에서 세종시법 내에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한다’는 조항을 담아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근거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이라고 보았던 헌재의 논리를 우회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라고 했고 지금도 행복도시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렇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말 자체를 들어보면 참 메마른 말이에요. 그저 행정, 정부 청사가 있는 도시다. 하지만 그거 가지고는 세종시에 미래가 없죠. 입체적인 도시로 꾸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정원 도시도 틀림없이 성공합니다. 왜? 이만한 인프라를 가진 도시가 없어요. 전국에서 가장 교통 요지죠. 중앙공원이 있죠. 중앙공원이라는게 우리나라 도시에 한 군데도 가진 곳이 없습니다. 도시의 중심부에 공원이 50만 평 있습니다. 그런 나라 드뭅니다.”

최민호 시장의 여러 공약 과제 중에서도 정원도시박람회에 대한 의구심 어린 눈초리가 여전한 상황이다. 재정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는 와중에 정원도시박람회의 성공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최민호 시장은 이 역시 넘어서야 할 과정이라고 보았다. 단순히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정원 인프라를 미래 먹거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저는 정원을 산업으로 만들어 내서 여기에서 우리 경제를 일으키고 시민들의 수익이 창출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정원 속의 도시’를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티인 가든’을 도시 목표로 내건 싱가포르보다 더 훌륭하게 만들 자신감과 포부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 세종시를 싱가포르보다 더 앞선 정원 속의 도시 만들겠습니다.”

차수현 기자 chaphung@naver.com

<저작권자 © 세종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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